‘4차 산업혁명’ 도래한 지금 때아닌 ‘살충제 계란’ 파동
기술과 달리 몸과 생각은 여전히 1970년대에 머문듯
먹거리 문제, 비윤리적인 생산자만의 책임 아냐
먹거리 생산·소비 환경 고민하는 시민의식 길러야

 

최진숙UNIST 기초과정부 교수

가위 눌려본 경험이 있는가?

필자는 어렸을 때 두 번의 경험이 있었다. 의학적으로는 ‘수면 마비’라고 불린다는 이 가위눌린 경험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필자의 경우엔 비몽사몽간에 몸이 의도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험이었다. 주위 사람에게 뭐라고 하고 싶어도 입이 떼어지지 않고, 옆 사람을 잡고 싶지만 손끝도 움직일 수 없었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 경험이 최근 회자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마음에 품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최근 각계각층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한다, 맞이해야 한다, 선도해야 한다’ 등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마음은 벌써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가 있다. 드론이 배달한 피자를 먹고, 자율주행자동차를 타고 직장에 출근하며, 인공지능이 내 병력 데이터 및 검사 데이터를 분석하여 질병을 관리, 진단하기도 한다. 대화형 스마트 아파트에서는 내 명령 한 마디로 공간의 온도 및 조명 조절은 물론, 내 일정까지 관리될 정도로 기술 문명이 발달됐다. 
그런데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우리의 마음은 이렇게 저쪽으로 움직이고 싶어도 우리의 몸은 여전히 1970년대에 묶여 꿈쩍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70년대에 묶여 벌어진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가장 최근 터진 재앙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햄버거에 이어 우리가 가장 손쉽게 접하고, 가장 많이 소비하는 음식인 ‘계란’과 ‘닭’이 살충제에 오염되어 왔다고 한다는 사실이다. 

살충제 닭과 계란 문제는 1970년대에 인구 증가와 다수의 노동력 필요 때문에 대량 식량 보급을 했던 것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38년 전에 사용된 맹독성 농약은 대량 식량 생산 때문이었고, 이것이 여전히 토양에 남아서 심지어 ‘친환경 농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것이 2017년에 살충제 계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리고 살충제 사용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밀집사육으로 인해 닭이 흙을 이용하여 스스로 기생충을 제거할 수 없자, 해충 제거를 위해 살충제를 사용해 온 것이다. 

소비자들은 ‘살충제 계란 사먹지 않겠다’ 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먹거리 문제는 순전히 생산자의 책임으로 돌린다. 마치 비윤리적인 농업생산자들이 그러한 먹거리를 생산한 탓에 우리가 이렇게 고통 받고 있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까지 대량 생산된 값싼 먹거리를 대량 소비해오면서 아무런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매년 밀집 사육 환경에서 살충제, 성장 호르몬, 항생제가 범벅이 된 가축들을 먹어왔으면서, 조류 독감과 구제역 등 때문에 수많은 가축들을 산채로 묻어버리는 장면을 보아 왔으면서, 그저 ‘다른 걸 소비하면 되지’ 하면서 안일한 생각을 하진 않았나? 여기 까지 온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이제 한번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제도, 과학기술, 그리고 시민 의식 모두가 다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에서 1973년에 나온 ‘소일렌트 그린(Soylent Green)’이라는 SF 영화에 나오듯이, 신선한 야채나 육류는 거의 생산되지 않을 것이며, (스포일러라서 더 자세히 얘기할 수 없지만) 인간이 절대로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것은 사치이며, 그저 빨리 빨리 성장하고 더 크고 많은 성과를 보여주는 것. 이 모든 것이 1970년대 고도성장 시기의 개발 중심 사고방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로 인하여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그리고 최근에는 세월호, 메르스, 살충제 계란에까지 이어지는 인재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의 몸은 여전히 그 시대에 익숙한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면 무엇 하나. 비몽사몽간 가위에 눌린 꿈에서 어서 빨리 깨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묶여 있는 70년대가 30년 후 우리 후손들에게 또 다른 재앙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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